난 변태가 확실하다

가만히 보면 나는 변태인 것 같다. 왜냐하면 아무 펜이나 못쓰기 때문이다. 모나미 153을 못쓴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필기감이 안좋은 펜을 쓸 때 생기는 스트레스가 무척 심하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최근까지 젯스트림을 꾸준히 써왔다. 써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펜의 필기감은... 그냥 미쳤다.

그런데 며칠 전


책장을 정리하다가 파카 만년필 카트리지 네개를 발견했다. 파카 만년필은 잉크를 넣어 쓰는 컨버터 방식 외에 볼펜심 바꿔 끼우듯 카트리지를 끼워 사용하는 방식을 쓴다. 카트리지를 보니 문득 십여년 전 만년필 썼던 시절이 떠올랐다. 당시 사회복지사로 일한 지 얼마 안되는 병아리 선생님으로서 스스로 아이들에 대한 기록을 빠뜨리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에 플랭클린 플래너를 한창 쓰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플래너에 걸맞는 펜으로 조터 파카 만년필을 썼었다.

파카 만년필 카트리지가 덩그러니 굴러다니는 것을 보니 갑자기 만년필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충동 구매했다. 파카 조터 만년필, 일만구천원대. 잉크가 없어 들어 있던 카트리지 끼우고 글씨 쓰기 시작, 한참만에 첫 잉크 나오는데 기분이 묘하다. 슥슥~ 거리는 만년필만의 특유의 촉감이 너무 좋다. 난 가만히가 아니라 그냥 봐도 변태가 확실하다.
 

댓글

  1. 제목의 강력한 이끌림에 클릭을 안할수가 없었습니다. ㅋㅋ 그런데 전 악필이라 그런지 펜이 똥만 안생기면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습니다.
    글 예쁘게 잘 쓰시는 분들 뵈면.. 정말 너무도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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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악필입니다. 요즘은 그냥 예전 아날로그 감성에 빠져서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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