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대신 반려식물

 얼마 전 제주도에 있을 때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일 때문에 내려온 제주도지만 기왕 있는 거 이거는 꼭 하고 올라가자 하고 두가지 목표를 잡았는데요, 그 두가지가 계절마다 한라산 백록담 구경하기와 제주 올레길 모두 걷기였습니다. 물론 모두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두번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제주도 올레길을 여기 저기 다니다 보니까 제주도에는 신기하고 재밌는 식물이 많은 거에요~ 제가 동물, 특히 곤충을 좋아하는데 제주도엔 식물도 꽤 재밌는 것이 많더라구요. 예전에는 아들들과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구피 등 동물을 주로 키웠었는데 이번에는 식물을 한번 키워볼까? 하고 올레길 걸으면서 유난히 눈에 띄는 한 녀석을 업어 왔죠. 


담쟁이덩굴

 바로 담쟁이덩굴이에요. 울창한 제주도 곶자왈 여기 저기에서 큰 나무를 엉금엉금 기어가며 자라던 녀석을 조금 잘라 왔어요. 딱 봐도 생명력이 엄청날 것 같아 보이지 않나요? 어쩜 이 조그만 녀석을 잘 키워 건물 벽 전체를 덮을수도...


화분에 심고 매일같이 물도 주어가며 키우는 재미가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올레길을 걷는데 재미있게 생긴 열매를 주웠어요. 아주 딱딱하고 새빨간 열매인데 한번 심어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주워왔어요. 


그 빨간 씨앗들을 담쟁이덩굴을 심어 놓은 화분에 젓가락을 이용해서 구멍을 뚫은 후 모두 심었어요. 그리고 싹이 언제 나오나 매일같이 들여다 봤어요.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새 싹은 나오지 않았어요. 뭔가, 새 싹이 나올 조건이 맞지 않은 모양이에요.

스킨답서스

담쟁이덩굴을 키우기 시작한 몇 달 후 시골 어르신 댁에 놀러갔는데 거실 벽을 타고 거의 3미터에 달하는 길이로 자라는 식물이 있길래 우와~ 신기하다 하고 알아봤더니 스킨답서스라는 녀석이에요. 왠만해선 죽이기 어려운 식물로 화초를 처음 키우는 분들에게 안성맞춤이라는 식물이라네요. 딱 저지 뭐에요. 그래서 공중뿌리가 달려 있는 끝부분을 조금 잘라왔어요. 이 공중뿌리 부분만 있으면 줄기 번식이 가능하다네요.

화분이 하나밖에 없어서 담쟁이덩굴은 자연으로 돌려 보내고 대신 시골에서 데려온 스킨답서스를 심었어요. 줄기가 무거워서 그런지 지지대를 하지 않으니까 옆으로 누워 있네요. 며칠 이렇게 키우다가 스킨답서스 키우는 어느 분의 글을 보고 마디 마디 잘라서 물에 넣으면 뿌리가 나온다길래 한번 해봤어요.


이파리 네개를 하나씩 잘라서 페트병에 물을 채우고 담가놨어요. 공중뿌리가 없었는데 정말, 이삼일만에 아주 작은 실뿌리가 나오더니 뿌리가 점점 자라는 거에요. 와~ 정말 생명력의 신비함을 느끼는 순간이었어요. 대단하지 않나요?


네개의 이파리마다 모두 실뿌리가 어느 정도 나오니까 이제 심어도 될 것 같았어요. 다*소에서 화분이랑 흙, 자갈 등을 사와서 스킨답서스를 심었어요. 스킨답서스를 물에서 키우는 동안 빈 화분에 무슨 떡잎이 하나 나오기 시작했는데 혹시 제가 심은 씨앗중에 하나일지 몰라서 같이 키워보려고 옆에 놓았어요. 


이렇게 싱크대 앞 창문에 놓으니 하루가 다르게 스킨답서스 자라는게 눈에 보이는 거에요. 진짜 신기하더라구요. 그런데 옆의 떡잎은 조금 삐죽 나오더니 한달이 지나도 잘 자라지 않고 시들해지면서 결국 자연으로 돌아갔어요. 미안~

스파티필름

그로부터 얼마 후 시골에 다녀오는 길에 분양해 간 스킨답서스가 무럭무럭 잘 자란다며 혹시 또 뭐 없어요? 하고 베란다를 두리번거렸어요. ㅎㅎ 예상했죠? 어르신이 키우던 스파티필름도 (반강제로) 업어왔어요. ㅋㅋㅋ 이것도 스킨답서스처럼 왠만해선 죽이기 힘든 화초라네요. 실내에서 물만 잘 주면 알아서 잘 큰데요.


꽃기린

그리고 스파티필름 가져오는 김에 꽃기린이라는 나무도 가져왔어요. 이건 스킨답서스나 스파티필름처럼 풀이 아니고 가시가 무섭게 달려 있는 나무에요. 이름과 달리 기린을 하나도 안닮았고요, 한겨울을 제외하고 봄, 여름, 가을 내내 귀여운 꽃이 핀다고 하네요.

거실에 가장 밝은 곳에 테이블을 옮겨 놓고 시골에서 가져온 꽃기린, 스킨답서스, 스파티필름을 세팅했어요. 매일 녀석을 크는 거 보는 재미로 요즘 아주~ 신났습니다.

꽃기린, 스킨답서서, 스파티필름

나의 외로움을 달래줄 녀석들, 잘 지내보자~

댓글

  1. 반려식물이 저도 좋습니다. 자녀양육을 잘하신 것처럼 잘 키우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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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가 화초를 키우면 다 죽이던 오랜 기억 때문에 화초 잘 안키웠는데 이번에는 정말 잘 키워보려구요~ 응원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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