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23의 게시물 표시

추분이 지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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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분이 지나는 9월 말쯤이면 어김없이 사마귀들이 알을 낳으려고 어슬렁 거리다 사람들의 눈에 띄곤 한다. 이 녀석도 알을 낳을 장소를 고르던 중 나와 조우했다. 이 녀석은 좀사마귀라는 녀석인데 사마귀 구별법은 이 글 참조. 공격성은 1도 없고 오로지 알을 낳을 자리를 찾는데 여념이 없다. 잡아도 바둥거리지도 않는다. 한철 살다 겨울이 오기 전 모두 죽는 사마귀를 보고 있노라니 지나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아둥바둥 하고 있는 나는 지금 제대로 살고는 있나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된다. 네 자식들은 내년에 보자~

내가 좋아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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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맥주 한잔과 후두둑 비오기 시작할 때 나는 홁내음, 그리고 다 쓴 볼펜 흐리게 나오는 순간~ 내가 좋아하는 것들...

상위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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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듀오링고가 먹통이라 어학 앱 1위라는 말해보카 사용 해봄. 기본 실력 테스트하더니 나보고 상위 21.54%래~ ㅋ 그런데 오늘 이틀째 공부하려니까 더 이상 진도가 안나가네, 계속 결제하라는데... 그냥 심심풀이 땅콩으로 영어 배우는 건데 결제 해야해? 듀오링고는 언제 고쳐지는겨?

액정 보호 필름 부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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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사이즈 안맞는 액정 필름 붙이고 있느라 많이 쑥쓰러웠지? 고생 많았다. 사실 이 녀석 의 글라스는 경도 9의 사파이어 크리스탈이라서 스크래치가 쉽게 생기지는 않지만 심리적 데미지라는 것도 있는 법잉게...

알리발 XUNDD 케이스 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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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셀7을 개봉한 첫날 부터 폰을 땅바닥에 떨구는 사태 발생, 대각선 모서리 두개에 생채기가 났다. ㅠㅠ 왜 휴대폰을 구매하면서 동시에 케이스를 주문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어쩌랴, 이미 엎질러진 물. 알리에서 주문한 픽셀7 케이스가 도착했다. XUNDD라는 생소한 브랜드인데 나름 주문량이 되어 앞뒤 안보고 주문했다. 정확히 주문한지 4일만 도착. 정말 알리 5일 배송은 대단하다. 국제 배송인데 4일만에 도착이라니... 무서운 알리. 무엇보다 가격이 정말 착하다. 배송료 포함해서 6,077원. 케이스 전면에는 그냥 PHONE CASE라고 적혀 있다. 수많은 제조사의 모델별로 케이스 제작이 어렵나보다. 뭐 가격 절감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현실은 충분히 이해됨. 케이스 뒷면에 해당 모델과 함께 재질이 스티커 형태로 표시되어 있다. 재질은 PC+TPU라는데 투명재질의 플라스틱과 충격 방지 우레탄에 해당되는 것으로 추정. 뒷면을 완전히 감싸는 범퍼 형태다. 렌즈 부분만 뚫려 있다. 충격 방지용 홈도 신경쓴 흔적이 보인다. 안쪽 마감 상태도 나쁘지 않다. 거울에 비춘 모습. 일찌감치 씌웠으면 생채기 안났을텐데... 꼭 이렇게 총격 방지 케이스 씌우면 안떨어뜨리더라...

불알밖에 기억이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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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대 명산을 모두 가본다고 주말마다 산에 가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실패했다. 60여개 정도 가다 보니까 나머지 것들은 주거지와 너무 멀어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등산 동호회의 일정을 맞춰서 따라가지 않는 이상 왕복 교통비와 시간이 감당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못가본 30여개의 나머지 산도 가보고는 싶다. 나중에 어떻게 뭐 기회가 된다면. 각설하고 어느 산이었던가 기억이 나지 않지만 100대 명산 중 하나를 오르던 중에 너구리와 조우한 적이 있다. 물론 여느 100대 명산 오르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 날 그 산에는 나 혼자뿐이었다. 내가 놀랐만큼 그 녀석도 놀랐는지 수초간 서로 쳐다보다가 녀석이 먼저 엉금엉금 가던 갈로 사라졌다. 휴대폰을 꺼내는 내 동작이 그 녀석보다 더 느렸던 탓에 녀석을 사진에 담지는 못했다. 녀석의 뒤를 열심히 따라가 보았지만 다시 보지는 못했다. 가끔 올빼미나 너구리, 족제비처럼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 녀석들을 산에 가면 만날 수 있다. 산에 가는 이유 중 하나다. 요즘은 도심에도 심심찮게 너구리들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여기는 오래전부터 그들의 터전이었을 터. 도심에 야생 동물이 등장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그들의 터전을 침범한 것이겠지. 가끔 운전 중에 로드킬로 제 명을 다 살지 못한 야생 동물들의 시체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 inspired by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 The Raccoon War, 平成狸合戰ぽんぽこ, 1994 다 좋은데 보고 나면 불알밖에 기억이 안나~

맛부터 존나 끝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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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자 okja 2017, 달리는 저 장면은 대역 아님 10년간 가족처럼 지내온 돼지를 다국적 글로벌 기업에게 빼앗기지 않으려는 시골 소녀의 좌충우돌 모험기 프랑크 도슨역으로 나온 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는 어디서 많이 봤다 했는데 역시나 < 브레이킹 배드 >에 나왔던 구스타보 프링이었구만 최근 별세한 변희봉씨가 미자와 단 둘이 사는 할아버지로 등장, 삼가고인의명복을빕니다

반려동물 대신 반려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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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제주도에 있을 때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일 때문에 내려온 제주도지만 기왕 있는 거 이거는 꼭 하고 올라가자 하고 두가지 목표를 잡았는데요, 그 두가지가 계절마다 한라산 백록담 구경하기와 제주 올레길 모두 걷기였습니다. 물론 모두 성공했습니다. 그런데 두번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제주도 올레길을 여기 저기 다니다 보니까 제주도에는 신기하고 재밌는 식물이 많은 거에요~ 제가 동물, 특히 곤충을 좋아하는데 제주도엔 식물도 꽤 재밌는 것이 많더라구요. 예전에는 아들들과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구피 등 동물을 주로 키웠었는데 이번에는 식물을 한번 키워볼까? 하고 올레길 걸으면서 유난히 눈에 띄는 한 녀석을 업어 왔죠.  담쟁이덩굴  바로 담쟁이덩굴이에요. 울창한 제주도 곶자왈 여기 저기에서 큰 나무를 엉금엉금 기어가며 자라던 녀석을 조금 잘라 왔어요. 딱 봐도 생명력이 엄청날 것 같아 보이지 않나요? 어쩜 이 조그만 녀석을 잘 키워 건물 벽 전체를 덮을수도... 화분에 심고 매일같이 물도 주어가며 키우는 재미가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올레길을 걷는데 재미있게 생긴 열매를 주웠어요. 아주 딱딱하고 새빨간 열매인데 한번 심어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주워왔어요.  그 빨간 씨앗들을 담쟁이덩굴을 심어 놓은 화분에 젓가락을 이용해서 구멍을 뚫은 후 모두 심었어요. 그리고 싹이 언제 나오나 매일같이 들여다 봤어요.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새 싹은 나오지 않았어요. 뭔가, 새 싹이 나올 조건이 맞지 않은 모양이에요. 스킨답서스 담쟁이덩굴을 키우기 시작한 몇 달 후 시골 어르신 댁에 놀러갔는데 거실 벽을 타고 거의 3미터에 달하는 길이로 자라는 식물이 있길래 우와~ 신기하다 하고 알아봤더니 스킨답서스라는 녀석이에요. 왠만해선 죽이기 어려운 식물로 화초를 처음 키우는 분들에게 안성맞춤이라는 식물이라네요. 딱 저지 뭐에요. 그래서 공중뿌리가 달려 있는 끝부분을 조금 잘라왔어요. 이 공중뿌리 부분만 있으면 줄기 번식이 가능하다네요. 화분이 하나밖에 없어서 담쟁이덩굴은 자연으

구글 포토, 픽셀로 업로드해도 저장용량 절약 공간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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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구글 포토를 20년 이상 사용해 오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구글 포토 전신인 피카사부터 사용하고 있었는데 구글이 피카사를 인수하면서 2016년 구글 포토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명을 슬그머니 바꾼 것이다. 당시 피카사는 플리커와 함께 무료 사진 백업 서비스 양대 산맥이었는데 얼굴 인식기능, 포토 라이브러리 기능 등 막강한 기능으로 플리커를 압도하면서 언제부턴가 사진 백업 서비스 최고의 자리를 거머쥐더니 스리슬쩍 과금 체계로 바꾸는 사악함을 보였다. Don't Be Evil이라는 구글 모토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뭐, 천문학적인 스토리지 유지비용이 감당이 안된다는 이유가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나 용량으로만 보면 보다 부담스러운 유튜브 동영상 업로드 용량 제한은 걸지 않으면서 구글 포토만 제한을 두는 것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그건 그렇고. 피카사 초창기 무료 사진 백업부터 사용해 오던 터라 과금을 시작한 후에도 무료로 백업이 되는 구글 픽셀폰을 이용해서 계속해서 구글 포토를 무료로 백업해 오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구글 포토에 용량이 계산되고 있었다. 어~ 뭐지? 픽셀 4a를 이용해서 저장 용량 절약 사이즈로 무료 백업을 해왔고 픽셀 6a로 바꾸고 나서는 픽셀1을 중고로 구입해서 무제한 백업을 해서 구글 포토 저장용량이 하나도 없던 나는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다. 도대체 왜~ 한동안 그 이유를 찾지 못하다가 최근 그 이유를 찾아 내었으니. 픽셀 4a로 업로드한 저장용량 절약 사이즈는 무제한 백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픽셀 6a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픽셀1으로 백업하지 않은 픽셀 6a로 업로드한 사진은 모두  저장 용량을 차지하고 있었다 . 해당 사진 정보를 보면 픽셀 4a처럼 "이 항목은 계정 저장용량의 공간을 차지하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없다. 즉, 용량을 차지한다는 이야기다. 이에 해당되는 사진들을 찾아 보니 픽셀1으로 백업하기 이전 약 4개월 동안 픽셀 6a로 올린 약 3천여장의 사진이 용량을 잡아 먹고 있었다. 용량

구글 픽셀 7 구매 및 간단 개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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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구글 레퍼런스폰을 사용한다. 아이폰 3GS 부터 사용했던 뼛속까지 아이폰 유저였지만 스티브 잡스의 사망 이후 아이폰6s와의 악연 이후 혁신이 사라진 아이폰 대신 안드로이드로 넘어오게 되었다. 내게 첫 픽셀인 구글 픽셀 4a 를 사용할 때는 구글 포토 절약화질을 무제한으로 백업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그러나 픽셀 6a 로 넘어 오면서 절약화질이 무제한 백업이 아니란 걸 알게 나중에 되었다. 그래서 픽셀1 혹은 픽셀XL을 별도로 구매하여 Syncthing을 이용해서 무제한 백업을 하고 있다.  서론이 기네... 최근 샤오미 홍미노트 10 프로를 벽돌로 만들고 나서 그래~ 난 역시 픽셀타입이야, 하고 구글 픽셀 7을 구매했다. 조만간 8이 나올테지만 그냥 7을 구매했다. 지금 당장 픽셀이 필요했고 이 정도 성능도 내겐 훌륭하다. 물론 구글 포토 원본 무제한 백업을 위해 픽셀XL을 계속 같이 사용하겠지만...  픽셀 패키지는 보면 볼수록 아주 심플해서 맘에 든다. 완전 내 스타일~ 뒷면에는 일본어로 제품 설명이 적혀 있다. 보통 중국어로 적혀 있는데... 안드로이드 설정할 때 보니 "일본" 제한사항이 적혀 있는 걸 보니 일본 내수용인듯... 하지만 언어를 한글로 설정하면 한글 사용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갈수록 심해지는 카툭튀 타입C 케이블과 젠더, 설명서가 끝 초기 설정 마치고 만나는 첫 화면~ 심플 그 자체 모든 설정을 마치고 geekbench를 돌려 봤다. 난 왜 아무것도 아닌 이게 이렇게 재밌지? 싱글 1420점, 멀티 3494점. 지금까지 geekbench 돌려 본 장비 중 가장 좋은 점수다. 😁 -- Geekbench 6 아래는 흰머리멧새가 최근(?) 직접 사용(했던)하는 장비의 geekbench 점수이다. 앞의 것은 single, 뒤에 것은 multi 프로세서 점수이다. Geekbench 설치 안되는 모델은 생략, 오늘 구매한 구글 픽셀 7 추가! LG Z80FV(PC) : 1400 / 4334 Google Pixel 7

뭐든 맘대로 안되는 게 인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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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이 사라졌다 I Lost My Body, J'ai perdu mon corps, 2019 한참 몰입하고 있는데 갑자기 엔딩 크레딧 올라와서 깜놀한 영화. 영화 초반 아무리 파리를 잡으려 해도 파리가 잡히지 않자 양아버지는 "뭐든 맘대로 안되는 게 인생"이라며 파리가 손을 비빌 때 옆으로 공격하라는 방법을 일러 준다. 물론 잘 안된다. 깽값도 받고 싶고, 비수기라 널널한 회사도 더 다니고 싶고, 맘에 안드는 두 형들만 나가면 완전 자기 세상인데 팀장은 비협조적이고... 최근 계속 선을 넘으며 팀웍을 해치며 속을 썪였던 녀석이 제 발등에 도끼를 찍은 격으로 자발적 퇴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 녀석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었다. 뭐든 맘대로 안되는 게 인생이라고.

샤오미 홍미노트 10 프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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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길한 예상은 틀린 적이 없나... 픽셀익스피어리언스 시도하다 구입한 지 4개월도 안되어 벽돌(Hard Brick)이 된 샤오미 홍미노트 10 프로. 부팅하면 FASTBOOT라는 메시지만 나오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다. 볼륨(-)+전원은 물론 볼륨(+)+전원도 먹통, 당연히 PC에서 인식도 안됨(adb 명령어 무용지물) 샤오미 서비스센터에 전화해 상황을 설명하니 메인보드 교체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함. 비용은 15만원 안팎. 혹시 몰라 구글링 해보니 본체 열고 EDL 모드에서 MiFlash로 롬을 덮어 씌우면 된다는데...  아~ 다음 휴무 언제지?

크롬캐스트로 넷플릭스 재생이 안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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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롬캐스트로 넷플릭스 재생이 안된다면 혹시 광고형 넷플릭스 멤버십이 아닌지 확인해 봐야 한다. 니미럴~

자네의 십년은 어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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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의 십년은 어땠나? 최선을 다했는가? 네. 끝은 너덜너덜 했지만요... 열여섯번의 이직, 아홉번의 이사와 함께 그 끝은 이혼과 큰 상실로 너덜너덜해진 내 십년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울컥해짐. 하지만 영상은 너무도 아름다운 영화. 바람이 분다 The Wind Rises, 風立ちぬ, 2013 * 사족 : 이 장편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는 구절은 예전에 이 블로그에 끄적인 적 도 있지만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묘지>라는 시의 일부이다. 지금 봐도 아주 멋진 구절이다.

샤오미 언락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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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어찌 해서 샤오미 홍미노트 10 프로를 사용하게 되었는데 최근 알게 된  픽셀 익스피어리언스 를 적용해 보려고 시도중에 있다. 중고 픽셀1에 사진을 옮겨 일일이 백업하는 번거로움이 해소될까 기대하며 여러 난관(mi 언락 상태 계정 일치시키기, 샤오미폰 드라이버 설치 누락 등)을 거쳐 어찌 어찌 언락까지 왔는데... 73시간을 기다리란다. 3일(72시간)이면 3일이지 73시간은 뭐냐, ㅋ 언락하다 벽돌되는 일 부지기수니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라?

유부남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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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개봉할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무척 기대된다. 연말쯤에 개봉한다고 하는데 개봉하자 영화관에서 볼 생각이다. 지금까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는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다카하사 이사오라는 다른 감독의 작품이지만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나온 <가구야공주 이야기>를 최근에야 보게 되었다. 다 좋은데... 오랜만에 만난 고향 동생이 아무리 반가워도 그렇지 처자식을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치고 가는 게 말이 됨? 주인공인 가구야 공주도 그렇지, 오랜만에 만난 오빠가 유부남이면 그러면 안되지... 가구야 공주의 시중을 들던 어린 하녀인데... 개인적으로 이 녀석이 맘에 듬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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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시 보게 된 영화 <모노노케 히메>는 아마 지금까지 몇번을 봤는지조차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봤던 영화다. 그런데도 또 본다. 결말을 이미 아는데도. 이렇게 여러 번 봤음에도 계속해서 또 보게 되는 영화들이 있다. <밀양>, <구타유발자>, <포레스트 검프> 등등 영화 <모노노케 히메>는 볼 때마다 다른 케릭터의 입장을 살피게 된다. 처음엔 주인공 아시타카, 그 다음은 원령공주인 산, 그 다음은 에보시... 영화는 보통 주인공이 있고 빌런이 있는데 이 영화는 누가 옳고 그른지 볼 때마다 더더욱 아리송해진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재앙신으로부터 쑥대밭이 되기 직전에 마을과 여동생들을 구한 아시타카는 여동생과 마을 사람들의 입장에서 옳은 인물이고, 자연을 인간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자기 한몸 아끼지 않고 돌진하다 몰살당한 멧돼지들은 자연의 입장에서는 옳은 존재다. 늑대들 앞에서 자신들이 살자고 핏덩이 딸을 던지고 도망간 부모에 대한 원망을 지닌 산으로서는 자신을 먹지 않고 길러준 늑대들이 옳은 존재다. 누구하나 거들떠 보지도 않던 나병환자들로서는 자신들을 거둬주고 치료해주고 일자리를 마련해준 에보시가 옳은 존재다. 단순히 선과 악, 자연과 인간 등의 대결 구도로만 보면 이 영화는 누가 선이고 악인지 너무도 난해해서 누가 주인공인지도 모를 수 있다. 서로 좋아하게 되었지만 아시타카와 산이 끝내 같이 살지 않고 산은 늑대들과 아시타카는 인간들과 살되 나중에 찾아갈테니 기다리라는 마지막 대사 속에서 모두가 서로 잘 살기 위한 조화를 찾기 위해 노력하자는 메시지의 결말로 영화는 끝난다. 인간과 자연에 대한 겸손이 묻어나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존경스럽다. 모노노케 히메 Princess Mononoke, もののけ姬, 1997

컴퓨터만 오래된 게 아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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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친척 어르신 댁에 컴퓨터가 한 대 있는데 수명이 20년도 넘었다. 예전에 장사하실 때 사용하던 컴퓨터인데 오래된 탓인지 어느 날부터 켜지지 않는단다. 이젠 버려도 누가 가져가지도 않을 컴퓨터지만 무료함을 달래려고 간간히 고스톱을 치시는데 안되니까 답답하신가 보다. 젊었을 때 컴퓨터로 밥벌어 먹던 시절이 있어서 그런지 이 컴퓨터는 꼭 고쳐드려야겠다고 마음 먹고 살펴보니... 하드디스크가 문제다. 오래된 하드디스크에서 흔히 나오는 배드섹터와 같은 증상이 아니라 아예 CMOS에서 검색조차 되지 않는다. 하긴 20년도 넘었는데... 이건 뭐 달리 방법이 없다.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는 수밖에. 집에 뒹굴거리는 500GB 하드디스크를 일단 달아드리고, 윈도를 설치하려는데... 윈도우10이 설치가 안된다. USB에 담아온 윈도우로 부팅을 해야 하는데 워낙 오래된 컴퓨터라 UEFI 모드 부팅을 지원하지 않는다. 갈수록 태산이다. 기억이 맞다면 컴퓨터엔 윈도우XP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제 와서 윈도우XP를 어디서 구한담? 게다가 USB도 아니고 설치용 시디를 어디서 구하지? 구글링을 하니 윈도우7 설치 이미지는 별로 어렵지 않게 구했다. 문제는 이미지 만들때 파티션 구성을 UEFI가 아니라 MBR로 Regacy 방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번거로울 뿐이다. 하도 오래된 컴퓨터라 하드디스크만 바꾼다고 또 다른 고장이 안나란 법은 없겠지만 어르신 고스톱은 치실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컴퓨터도 오래되고 어르신도 오래되고 나도 오래되고...   MBR(Master Boot Record) 방식 부팅이라... 추억 돋네

오랜만에 수영 강습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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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안하던 수영 강습을 신청했다. 처음 가보는 수영장에 모두 처음 보는 분들이라 모든 게 낯설었다. 그렇지만 그런 속마음은 꼭꼭 숨긴채 태연한 듯 들어가서 물속에서 몸푸는 어느 분께 평영/접영반 어디냐고 묻고 알려준 레인에 들어가 수강생들과 강사님과 인사 후 강습 시작되어 자유형, 평영 뺑뺑이를 돌았다. 몇바퀴 돌고 나니 강사가 나보고 혹시 접영 배웠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까 접영 스트록 3~4번만 해보라는 거다. 왜그러지? 하고 레인 끝에 서서 벽을 차고 잠영 조금 한 후 스트록 4번 정도 하고 다시 돌아오니 강사가 나는 여기 있을 분이 아니란다. 그러면서 교정반 강사에게 내 이름을 알려주고는 그리로 안내하는 거다. 오늘 처음 본 수강생들이 박수를 연신 쳐대며 축하해 주는데 얼마나 머쓱한지... '저 여기서 하면 안되요?'라고 속삭였지만 불가능한 건 나도 그들도 모두 알고 있었다. 오랫동안 수영을 안해 굳어진 몸이나 풀자는 심정으로 강습 신청했는데 강습 첫날부터 강제로 교정반으로 배정받고 빌려준 오리발 끼고 빡시게 한시간 동안 운동하고 왔다. 갑자기 수영하니 몸이 약간 뻐근하다. 내일은 토요일이니 몸도 풀겸 자유수영이가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위스키 탄 포도주스 홀짝이며 수영장 홈페이지를 살펴보는데...   젠장,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은 쉰단다. 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