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코 SPB301J1 한달 사용 솔직 후기
오토매틱 시계(정확히 말하면 세이코 세이브더오션 1970년 다이버 복각 터틀 SPB301J1, 이하 SPB301) 생활이 한달이 넘어가고 있다. 그동안 SPB301을 차고 다니면서 느낀점을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본다. 평소에 생각했던 것이 지금 당장 생각이 안나서 못적은 것도 있을 것이고 이 글을 쓰는 도중 갑자기 떠오른 생각도 있을 수 있다. 물론 예고없이 수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단점
오토매틱 원래 이렇게 일오차 심함?
수많은 톱니바퀴와 태엽으로 이루어진 기계식 오토매틱 시계라 어느 정도 오차는 감안하고 있었다. 누구나 오토매틱 시계 구매하자 마자 한다는 오차 앱으로 오차를 측정해보니 +8초에서 +14초 사이를 왔다 갔다 해서 오~ 완전 잘 뽑았군! 하고 쾌재를 불렀더랬다. 그런데. 사용 보름 정도 후부터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일오차가 +37초까지 커지는 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오차가 널뛰기 하지 않고 매일 +36초 언저리로 일정하다는 거? 매일 36초씩 빨라지면 한달이면 18분인데 뭔가 잘못됐다고 판단하고 구글링 해보니 자성이 먹으면 이렇게 될수가 있단다. ㅇㅋ 곧바로 알리에서 탈자기 구매. 탈자하고 나니 일오차 평균 -10초로 오히려 느려졌다. 뭥미? SPB301의 허용오차는 +25~-15임을 감안하면 양호한 편이긴 하지만... 자성 약간 먹일까?
브레이슬릿 스크래치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브레이슬릿 마감이 아주 훌륭하다. 스위스 명품 브랜드의 마감이 어떤지 모르겠으나 막눈인 내가 봐도 세이코 SPB 시리즈의 케이스나 브레이슬릿 마감은 거의 완벽하다. 그런데 재질이 스테인리스인지라 스크래치에 약하다. 한달만에 여기 저기 미세하게 스크래치가 보인다. 시계는 항상 차고 싶고, 스크래치는 막고 싶고. 아~ 결국 알리에서 호환 러버 스트랩 구매. 매일 출근해서 막차고 다닐 때는 러버 스트랩, 중요한 자리에 갈 때만 원래 스틸 브레이슬릿으로 교체키로.
무거움
무겁다. 아주 무겁다. 내가 지금까지 차왔던 시계와는 무게 차원이 다르다. 마이어 느와르보다 훨씬 무겁다. 오토매틱 원래 이렇게 무거운겨? 무게가 무려 180g. 45mm 가민 인스팅트 솔라(52g)의 세배가 넘고 지금 들고 있는 픽셀6a보다 무겁다. 아이폰14보다 더 무겁다. 아이폰을 손목에 매달고 다닌다고 생각해 보라. 생각만 해도 피로감이...
장점
라면 끓일 때 시간 재기 딱 좋음
가민 인스팅트 솔라의 경우 스톱워치를 작동시키려면 SET(길게 누름) - Down 키로 여러번 누름 - 스톱워치 - GPS - GPS 이렇게 해야 비로소 작동한다. 최소 3번(이전에 스톱워치를 사용했다면)에서 6번까지 단추를 눌러야 한다. 그러나 SPB301은 베젤만 한번에 주르륵 돌리면 된다. 베젤 돌릴 때 느낌이 너무 좋다. 뻑뻑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헐렁하지도 않고. 뭔가 이 시계랑 나랑 힘겨루기 하는데 내가 살짝 이기는 느낌?
야광 보는 맛이 있음
밖에 있다가 주차하기 위해 지하로 내려갈 때, 비품 찾으러 어두운 창고에 들어갈 때 세이코만의 특유의 밝은 야광이 주는 만족감은 이루 표현하기 힘들다. 이 순간을 위해 애써 빛을 모아둔 것처럼. 아침에 일어날 때 이불속에서 아직까지 남아 있는 야광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물흐르듯 흐르는 초침이 주는 힐링
지금까지 차왔던 전자식 시계는 물론 기계식 시계도 모두 쿼츠였다. 쿼츠시계는 배터리의 전원을 이용하여 석영(Quartz)의 진동을 이용한 무브먼트로 초침이 1초마다 뚝뚝 끊어지며 움직이는데 반해 SPD301은 1초당 6진동(시간당 21,600회)으로 움직인다. 거의 물 흐르듯 움직인다. 전기의 힘이 아닌 물리적인 힘을 이용해서 바늘이 움직이는 이 시계를 차고 나면서 꼭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서만 시계를 쳐다보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다른 이들의 시계에도 눈이 가게 되었는데 누구의 손목에 걸린 흑판의 크로노그래프 방간 시계가 상남자스럽고 멋드러져 보일 때가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초침이 1초씩 뚝뚝 움직인다. 시선이 다시 내 시계로 돌아온다. 그리고 힐링된다. 슬며시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두어번 손목을 흔들어준다.
밥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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