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번째 한란산 등반

싸게 나온 비행기표를 충동적으로 발권하면서 가게 된 이번 제주도 산행은 궂은 날씨로 인해 백록담도 못보고 허겁지겁 내려온 싱거운 산행이었다.

전날 오후 제주도에 내려가 일찌기 제주도에 터잡고 사는 친구 집에서 하룻밤 묵고는 제수씨가 차려준 아침을 느긋하게 먹고 후식에 내린 커피를 홀짝이고 똥까지 싸고 오는 바람에 관음사 입구에서 10시가 넘는 시각에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올라가면서 안내문을 보고서야 삼각봉 대피소까지 12시 30분(동절기에는 12시)까지 통과해야 정상까지 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왓더F~~~)

안내도에 나와 있기로는 관음사 입구에서 삼각봉대피소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3시간 20분. 그러나 10시에 출발했으니 남은 시간은 2시간 30분. 50분을 단축해야 한다. 관음사에서 삼각봉 대피소까지 6km, 그리고 이후 정상까지 2.7km. 아이고~ 친구 집에서 느긋하게 나오느라 시간 계산을 못했네. 뭐 어쩔 수 없지. 혹시라도 제 시간에 못가서 통제되면 삼각봉 대피소에서 실컷 쉬다 내려오자~ 하고 올라갔다.

그런데 중간 중간 거리 안내 표지판을 보니 조금씩 시간이 당겨지는 느낌이다. 그래~ 내가 왕년에 산 좀 탔지?(근자감~) 잘하면 삼각봉 대피소에 12시 30분 안에 도착할 수도 있겠는걸?

한라산을 여섯번째로 오르지만 이렇게 시간에 쫓기면서 올라가긴 처음이다. 결국 온몸이 땀에 젖도록 쉬지 않고 올라가서 딱~ 12시 30분에 삼각봉 대피소 도착. 쉴틈도 없이 계속 백록담 정상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중략)

결국 백록담 도착~

그러나 흐린 날씨 탓에 전방 10미터의 시야도 확보되지 않았다. 분명 앞에서 정상을 밟은 사람들의 발자욱 소리는 들리는데 전혀 보이지 않는다. 구름인지 안개인지 사람들이 코 앞에 나타나서야 보인다. 긴장된다. 정상을 밟았지만 백록담은 커녕 정상석 사진 찍고 내려오는 게 내가 할 수 있는게 전부였다.

젊은 시절은 지리산과 함께 했고 나이 들며 최애 산은 한라산이 되었다. 쉽지 않은 이 산을 오르려면 단단히 각오를 해야 한다. 최소 하루 이상의 일정(당일치기도 가능하긴 하다), 하루 온종일의 시간과 체력. 왕복 20km가 넘는 산행길을 버텨야 하는 체력이 되는 한 매년 오를 생각이다. 물론 하산 후 멜젓에 찍어 먹는 제주 흑돼지에 한라산 소주를 한잔 하기 위해서 그런건 절대...

댓글

  1. 한라산 풍경은 안개가 운치있고, 흑돼지는 맛있어 보여요.
    안개가 너무 많았던 것이 아쉽긴 하지만, 약간의 아쉬움은 매 년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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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맞아요! 이번 산행이 만족스러웠다면 다음 산행을 기약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죠. 내년엔 초여름에 가 볼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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