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마지막 순간, 죽기 직전에 먹고 싶은 음식은 무엇인가?
당신이 불치의 병이 걸려 마지막 식사 한끼를 남기고 죽는다고 가정하자. 생의 마지막 순간, 죽기 직전에 먹고 싶은 음식은 무엇인가?
누구든 이런 질문을 받게 되면 떠오르는 음식이 (여럿) 있기 마련이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는 홍어삼합, 장어구이, 보신탕, 염소탕, 추어탕, 간장게장, 과메기 등이 있다. 그런데 인생의 마지막 식사에 먹고 싶은 건...
바로 냉면이다.
지금도 해마다 친척들이 모여 벌초를 하고 점심을 같이 먹곤 한다. 어느 해인가?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철원에서 식당을 하셨던 아주머니께서 해주셨던 냉면의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이 세상에서 냉면이 그렇게 맛있는 음식인줄 몰랐고 이후 내 최애 음식이 되었다.
나는 냉면을 먹을 때 절대 자르지 않는다. 어떤 이들은 냉면이 나오자 마자 가위로 자르곤 하는데 나는 냉면의 긴 면발을 그냥 먹는 걸 좋아한다. 막국수 등에서 사용하는 메밀을 주원료로 하는 평양냉면과 달리 우리가 흔히 먹는 함흥냉면은 전분을 주원료로 해서 은근히 질기다. 그래서 냉면 한 젓가락을 입에 넣고 씹다가 삼켜도 일부 면발은 입안에 남아 있게 마련이고 또 그 일부분은 입 밖에서 따라 입 안으로 들어온다. 즉, 하나의 면발이 입 밖에 있기도 하고 입 안에 있기도 하고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고 있기도 하다. 그 느낌이 뭐랄까... 면발이 내 모든 소화기관을 관통하는 느낌이랄까?
냉면은 숙취해소에도 좋다. 과음한 다음날 냉면을 먹으면 정말 술기운이 달아나 기운이 나는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실제로 냉면의 육수가 에너지 보충에 도움이 되고 냉면 자체가 거의 물이라 부족한 수분을 충분히 보충시켜준다.
냉면의 긴 면발을 이야기 하다 보니 떠오르는 일화가 하나 있다. 어느 해 여름, 감미옥이라는 식당에서 온 가족이 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 날 따라 날이 무척 더웠는지 모두 냉면을 주문했다. 잠시 뒤 종업원이 냉면을 내오고는 동의도 구하지 않고 가위로 내 냉면을 싹둑 싹둑 자르는 것 아닌가. 그래서 깜짝 놀란 내가 '저는 냉면 안자르고 먹어요'라고 하자 종업원이 '저희는 다 잘라 드려요'라는 게 아닌가. 내심 '어머, 죄송해요' 뭐 그런 답변을 예상한 내가 너무 순진했다. 종업원의 황당한 답변에 더욱 어처구니가 없어진 나는 냉면을 먹을 때 자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수차례 해야 했고 그 종업원은 자신의 행동이 뭐가 잘못되었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안되겠다 싶어 사장을 불렀다. 그런데 웬걸... 사장도 같은 마인드의 사람이었다. 결국 기분 잡친 나는 새로 갖다준 냉면을 먹는둥 마는둥 계산을 하고 나왔고 그날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그 곳을 가지 않았다. 지금 거기 장사 잘되냐고? 올리브영으로 바뀌었다.
나는 생의 마지막 순간 뿐만 아니라 지금 당장 냉면을 먹고 싶다.
냉면에 대한 진심이 잘 느껴집니다. 저도 블로그 포스팅 쓰신 것 보고 냉면이 생각나서 한 번 먹었습니다. 지금은 추운 겨울이지만 겨울에 먹는 냉면 맛도 좋더군요.
답글삭제바람님 댓글 보니 저도 다시금 냉면이 먹고 싶네요... (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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