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도그가 100냥이면 쏘시지가 90냥

 국민학교 시절 군것질거리가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학교 근처 문방구에서 파는 핫도그는 내 어릴 적 최애 간식거리 중 하나였다.

젓가락을 안쪽으로 돌려가며 꽂을 수 있는 드럼통처럼 생긴 튀김기에 언제부터 사용했는지 알 수 없는 식용유를 잔뜩 넣고 팔팔 끓인 후 나무젓가락에 새끼손가락보다 작은 아주 쬐그만 쏘시지를 꽃고는 그 위로 밀가루 반죽을 두루고 한번 튀긴 후 다시 밀가루 반죽을 씌워 크기를 키워 다시 튀긴다. 그리고 다 튀겨진 핫도그에 하얀 백설탕을 잔뜩 묻히고 그 위에 토마토 케찹을 휘휘 묻힌다. 그걸 우리는 100원에 사 먹었다. 당시 크라운 산도가 50원, 못생겨도 맛은 좋아! 해태 매치매치바가 100원이었으니 동네 구멍가게나 문방구에서 파는 핫도그가 100원이면 절대 싼 가격이 아니었다.

우리는 핫도그를 받아 들고 케찹만 다 빨아 먹고 다시 묻혀 달라곤 했는데 아줌마 기분에 따라 다시 발라주기도 해서 어린 나이에 주인 아줌마 눈치를 살피는 기술을 익혀야 했다.

핫도그는 그 하나로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간식이었다. 케찹의 시큼한 맛, 설탕의 달콤한 맛과 함께 싱겁지만 빵이 주는 포만감은 그 어느 간식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핫도그의 백미는 쏘시지~ 그 쏘시지가 없었다면 아마도 난 핫도그를 사먹지 않았을 것이다. 고기반찬이 귀했던 그 시절, 100원짜리 핫도그는 분명  쏘시지가 90원이었을 것이다.라고 확신했다.라고 기억한다.

그래서 핫도그를 한번에 안먹고 밀가루 부분만 다 골라 먹고 나서도 길다란 젓가락에 달랑 매달린 쏘시지를 한참이나 빨아 먹었다. 무슨 단물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그게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평소처럼 핫도그 하나로 행복한 시간을 즐기며 쏘시지를 빨고 가는데 누가 내 어깨를 툭 치고 달아나는 거다. 모르는 녀석이거니와 금새 어디로 갔는지 사라져 보이지도 않는데 내가 들고 있던 젓가락의 그 쏘시지가 그만 사라졌다. 뭐야~ 썅~ 하고 찾아보니 이런 제길, 땅바닥에 떨어진 게 아닌가.

난 약 0.1초 정도 고민을 한 후, 두리번 거렸다.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 젓가락을 든 손의 동작을 그대로 유지한 채 천천히 앉아 다른 손으로 슬쩍 쏘시지를 주웠다. 그리고 앉을 때 속도를 유지하며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 쏘시지를 얼른 입에 넣었다. 우물우물, 쏘시지에 묻은 흙을 퇘~ 하고 뱉어 내고 쏘시지를 다시 젓가락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다시 쏘시지를 빨고 가던 길을 갔다. 다시 행복해진 건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 땐 우리 모두 땅그지였다.(나만... 그런겨?)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서 핫도그를 먹는 아허에게 장난을 치던 친구들 덕분에 먹던 핫도그에서 떨어진 쏘시지(에서 영감을 얻음)

댓글

  1. 핫도그가 100원 하던 시절도 있었군요.
    핫도그는 추억의 간식이며 특별한 추억도 많이 간직한 간식이겠어요.
    요새는 핫도그도 많은 변신을 해서 무척 화려한 버전의 핫도그도 많아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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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 요즘은 핫도그 뿐만 아니라 간식거리가 넘~ 많아졌죠. 요즘 아이들은 배고픔을 모르는 세대이니 이런 글이 재미있지는 않겠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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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쏘시지는 짭짤한 맛으로 빨아 먹어야 제 맛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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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금이야 맛있고 배부른 게 넘치지만, 가끔 그 배고팠던 어릴 적 핫도그 속 쏘시지가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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