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지네 사육 일지(계속 수정)

왕지네와의 인연

지난 5월 1일 회사 화장실에서 왕지네를 발견했어요. 다른 분들은 모두 뜨악 했지 뭐에요. 일단 잡아서 밖에 놓아주려다 자세히 보니 너무 귀여워서 집에 데리고 와서 키우기로 했어요. 마침 집에 남는 곤충 채집통이 하나 있었거든요. 지네는 어둡고 습한 곳을 좋아한다고 해서 회사 근처 흙을 조금 퍼 담아 와서 곤충 채집통 바닥에 깔고 왕지네를 넣어 줬어요. 왕지네는 한동안 주위를 살피더니 얌전히 있네요.

흙이 좀 마른 것 같아서 물을 좀 뿌려주니 목이 말랐는지 벽에 붙어 있는 물을 허겁지겁 빨아 먹는 거에요. 자세히 보니 머리에 붙어 있는 독다리 안쪽에 두 쌍의 턱이 관찰되네요. 마치 프레데터의 턱처럼 무시무시하게 생겼어요. 물리면 정말 아플 것 같아요.

왕지네 먹이

왕지네 먹이로 무엇이 좋은가 구글링을 해보니 자연환경에서는 메뚜기, 거미, 곤충 등 작은 벌레들을 먹는다는데 사육할 때는 밀웜을 주로 준다고 하네요. 또한 닭고기나 돼지고기도 잘 먹는다고 해서 며칠전 구워먹고 남은 육사시미가 있어 조금 떼어 넣어줬어요.

다음날 아침 일어나 확인해 보니 도자기 조각 위에 올려 놓은 소고기(육사시미)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거 있죠. 왕지네는 고기를 좋아하는 것이 분명해요.

사육환경

왕지네가 살던 곳의 흙이지만 너무 메마른 것 같아서 물을 부어서 일부 흙이 젖게 해주니 왕지네가 좋아하는 것 같아요.

부드러워진 흙을 밀고 벽 사이로 파고들어가 버로우하네요. 야행성이라 그런지 밝은 낮에는 거의 나오지 않아요.

밀웜을 준비하지 못해 육사시미만 주고 있는데 벌써 육사시미를 세 조각이나 해치웠어요. 이러다가 사육비 장난 아니게 나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네요.

숨을 곳을 위해 도자기 조각을 넣어 줬는데 언제부터인가 흙속보다 도자기 밑에서 발견되는 일이 더 많네요. 흙속보다는 돌밑이나 낙엽 밑을 더 좋아하는 것으로 보여요.

수분 공급

왕지네는 먹이가 없어도 며칠 견딜 수 있지만 물이 없이는 폐사할 수도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페트병 뚜껑에 물을 담아 주었어요. 매일 조금씩 수위가 낮아지고 있네요. 

합사

회사 거미줄 제거 작업 도중 준성체 왕지네를 발견했어요. 이 왕지네도 잡아서 성체 왕지네가 있는 사육통에 합사를 해 보았어요. 사육통에 넣으니 작은 왕지네가 돌아다니다 큰 왕지네를 만나서 흥분하기 시작했어요.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가 큰 왕지네를 계속해서 자극하니까 큰 왕지네가 갑자기 미친듯이 날뛰다가 거의 자기 키와 같은 높이의 사육통을 넘어 탈출했어요. 

완전 깜놀

다행히 여기 저기 막 돌아다니지 않아 튀김 젓가락을 이용해서 다시 사육통에 넣는데 성공했어요. 또 다시 탈출하려 해서 젓가락으로 다시 밀어 넣고 뚜껑을 덮었지 뭐에요. 큰 왕지네 녀석 사이즈 작은 녀석 보고 저렇게 놀라서 도망치다니, 완전 쫄보지 뭐에요. 잠시 후 큰 녀석이 안되겠다 싶은지 바로 버로우하고 나니까 작은 녀석도 따라서 버로우하고 나오지 않았어요.

혹시나 밤새 싸울 수 있을지 모르니 육사시미 하나 넣어줬어요.

다음 날 둘 다 무사하네요. 물론 육사시미는 사라졌구요. 누가 먹은 걸까요?

며칠 서로 적응을 한건지, 자리를 서로 정한건지 몰라도 큰 녀석은 도자기 밑에, 작은 녀석은 가장자리 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있네요.

조만간 메뚜기나 거미 등을 잡아서 먹이로 줘봐야겠어요.

  • 먹는 것 : 소고기, 늑대거미, 갈색여치
  • 안먹는 것 : 노래기

포란

간밤에 왕지네가 40여개의 알을 낳고 포란중인 것을 아침에 발견했어요. 앞다리로 소중하게 감싸고 하나 하나 핥아 주네요. 알에 곰팡이가 끼지 않도록 하는 거래요. 정말 끔찍한 모성애에요. 경외심이 절로 듭니다.


포란 실패

다음 날 아침, 포란한 지네를 관찰했는데 알은 간데 없고 힘없는 왕지네만 덩그러니 있는 거에요. 샅샅이 뒤져봐도 알은 보이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암컷이 먹은 거 같아요ㅠㅠ. 암컷 왕지네가 스트레스에 심하거나 무정란일 경우 먹는다고 하는데... 스트레스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간밤에 다 먹어 치운 거 보니 무정란인 듯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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