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급9경 중 정읍4경 무성서원과 상춘공원의 상춘대

 오늘 정읍9경 중 정읍4경인 무성서원과 상춘공원의 상춘대를 다녀왔다.

무성서원은 신라말 유학자인 고운 최치원이 태산군수로 있을 때 쌓은 치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서원으로 대원군의 서원철폐령에도 훼철되지 않은 전라북도 내 유일한 서원이라고 한다.

무성서원은 면암 최익현둔헌 임병찬이 을사늑약이 체결된 이듬해인 1906년 일제침략에 맞서기 위해 호남의병을 창의한 역사적 현장이기도 한데 규모도 작고 마을 속에 있어 경치가 빼어나지는 않지만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9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무성서원 뒤편에 조성된 상춘공원은 가사문학의 효시인 상춘곡의 문화적 가치를 고양하기 위해 조성한 공원인데 중간 중간 상춘곡의 일부 구절을 적어 놓은 것 외에 별달리 볼 것은 없다. 성황산 정상에 설치한 상춘대는 불우헌 정극인 선생의 문학적 감각에 대한 시상을 회상하는 장소로 유명하다고 하지만 조망도 썩 좋지 않고 거미줄과 먼지가 수북히 쌓여 있는 것이 거의 관리가 안되고 있어 보여 다소 아쉽다.

정읍9경의 제4경으로 무성서원 하나만 넣기 뭐해서 상춘공원도 포함시켰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렇게 관리를 소홀히 할 거면 그냥 무성서원 하나만 정읍4경으로 해도 괜찮을 듯 싶다.

무성서원 입구, 안내도에 무성리 석불입상과 무성리 삼층석탑도 나와 있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찾을 수 없었다.

홍살문, 홍살문은 붉은 화살 문이란 뜻으로 능, 원, 묘, 궁전, 관아 등의 입구에 세웠다. 자세히 보면 살 하나가 부러져 없어졌다.

한국에는 9개의 서원이 있다는데 소수서원, 남계서원, 옥산서원, 도산서원, 필암서원, 도동서원, 병산서원, 무성서원, 돈암서원이 그것이다. 도산서원은 많이 들어 봤다. 자랑이다.

정문 누각인 현가루,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있으나 올라가지 못하게 한다. 이럴수록 더 올라가고 싶다.

해설사가 무성서원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마루와 온돌이 결합된 강당, 겨울에는 아궁이를 땠다고 한다. 좌우로 아궁이가 보인다.

무성서원 강당의 현판

좌우로 붉은 빛이 도는 부분이 황토를 뿌려서 그런건데 제관과 제사 음식이 지나는 길을 표시한 것이라고 한다.

무성서원의 교육 공간이었던 강당에 모두 모여 더위도 식히면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물론 애들은 딴청. 나도 딴청. 다른 어른들도 슬슬 딴청.

강당 천정 여기 저기 학자들의 글이 걸려 있다. 죄다 한자라서 뭐라 쓰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좋은 내용인 것 같다.

사당 뒷편에 사당이 있다. 강당은 5칸이고 사당은 3칸이다.

유생들의 거주 공간이었던 강수재, 원래는 동쪽의 강수재, 서쪽의 홍학재가 있었으나 현재는 강수재만 남았다고 한다.

강수재 앞에 비각이 세워져 있다.

나오면서 다시 보니 현가루 좌우로 비각이 꽤 많이 서 있다. 물론 한자로 되어 있어 읽어 보지는 않음.

무성서원 뒷편에 상춘공원이 있고 성황산 정상에 상춘대가 있다고 하여 찾아가 보았다.

처음엔 입구를 잘 못찾아 헤맸는데 알고 보니 두부 가공공장 옆길이 올라가는 길이었다.

초입까지는 콘크리트 바닥으로 되어 있다.

본격적인 산행 시작!

무성서원에서 상춘대까지는 약 800미터 거리.

상춘대까지 갔다 오면서 단 한명도 만나지 않음

사료관에서 올라오는 길도 있다.

상춘대 근처의 묘소, 누구의 묘소인지 관리가 참 잘 되어 있다.

상춘대 올라가는 중간 중간 상춘곡의 일부 구절이 적혀 있다.

드디어 상춘대 도착

상춘대에서 바라본 산성리

관리가 되고 있기는 하는지 여기저기 거미줄이 잔뜩 쳐져 있고 바닥은 언제 쓸었는지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다.

상춘대 근처에 유일하게 세워져 있는 상춘곡 전문

상춘곡

1행-홍진(紅塵)에 뭇친 분네 이내 생애 엇더한고.
속세에 묻혀 사는 사람들아, 이 나의 삶이 어떠한가?
2행-녯 사람 풍류를 미칠가 못 미칠까.
옛 사람의 풍류를 따르겠는가, 못 따를까
3행-천지간(天地間) 남자 몸이 날 만한 이 하건마는,
세상의 남자로 태어난 몸으로 나만한 사람이 많지마는
4행-산림(山林)에 뭇쳐 이셔 지락(至樂)을 마랄 것가.
산림에 묻혀 있는 지극한 즐거움을 모른단 말인가
5행-수간모옥(數間茅屋)을 벽계수(碧溪水) 앏픠 두고
초가삼간을 맑은 시냇가 앞에 지어 놓고
6행-송죽(松竹) 울울리(鬱鬱裏)예 풍월주인(風月主人)되여셔라.
소나무와 대나무가 울창한 숲 속에서 자연을 즐기는 주인이 되어 있도다.
7행-엊그제 겨을 지나 새 봄이 도라오니
엊그제 겨울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8행-도화행화(桃花杏花)는 석양리(夕陽裏)예 퓌여 잇고,
복숭아꽃과 살구꽃은 석양 속에 피어 있고
9행-녹양방초(綠楊芳草)는 세우중(細雨中)에 프르도다.
푸른 버드나무와 향기로운 풀은 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푸르도다.
10행-칼로 말아낸가, 붓으로 그려 낸가,
칼로 잘라냈는가? 붓으로 그려내었는가?
11행-조화신공(造化神功)이 물물(物物)마다 헌사롭다.
조물주의 신통한 재주가 사물마다 야단스럽구나.
12행-수풀에 우는 새는 춘기(春氣)를 못내 계워 소리마다 교태(嬌態)로다.
숲 속에 우는 새는 봄기운을 끝내 이기지 못해 소리마다 교태를 부리는 모습이로다.
13행-물아일체(物我一體)어니, 흥(興)이에 다를소냐.
물아일체이거늘, 흥이야 다르겠는가
14행-시비(柴扉)예 거러 보고, 정자(亭子)애 안자 보니,
사립문 주변을 걸어보기도 하고, 정자에 앉아 보기도 하니
15행-소요음영(逍遙吟詠)하야, 산일(山日)이 적적(寂寂)한데,
이리저리 거닐며 나직이 시를 읊조려 보며, 산 속의 하루하루가 적적한데
16행-한중진미(閑中眞味)를 알 니 업시 호재로다.
한가로움 속의 참된 즐거움을 아는 이 없이 나 혼자로구나.
17행-이바 니웃드라, 산수(山水) 구경 가쟈스라.
여보게 이웃 사람들아, 산수 구경이나 가자꾸나.
18행-답청(踏靑)으란 오늘 하고, 욕기(浴沂)란 내일하새.
풀을 밟는 것은 오늘하고, 목욕하는 일은 내일 하세.
19행-아침에 채산(採山)하고, 나조해 조수(釣水) 하새.
아침에는 산에서 나물을 캐고, 저녁 때에는 낚시하세.
20행-갓 괴여 닉은 술을 갈건(葛巾)으로 밧타 노코,
이제 막 다 쪄서 익은 술을 칡뿌리로 만든 두건으로 걸러 놓고
21행-곳나모 가지 것거 수 노코 먹으리라.
꽃나무 가지 꺾어서 잔 수를 세며 먹으리라.
22행-화풍(和風)이 건듯 부러 녹수(綠水)를 건너오니,
화창한 봄바람이 문득 불어 푸른 물결을 건너오니
23행-청향(淸香)은 잔에 지고, 낙홍(落紅)은 옷새 진다.
맑은 향기는 술잔에 가득히 담기고, 붉은 꽃잎은 옷에 떨어진다.
24행-준중(樽中)이 뷔엿거든 날다려 알외여라.
술동이가 비었거든 나에게 알리어라.
25행-소동(小童) 아해다려 주가(酒家)에 술을 믈어,
아이를 시켜 술집에 술이 있는지를 물어서
26행-얼운은 막대 집고, 아해는 술을 메고
어른은 지팡이를 짚고 아이는 술동이를 메고
27행-미음완보(微吟緩步)하여 시냇가의 호자 안자,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걸어서 시냇가에 혼자 앉아
28행-명사(明沙) 조한 믈에 잔 시어 부어 들고, 청류(淸流)를 굽어 보니,
맑은 모래 위로 흐르는 깨끗한 물에 잔을 씻어 부어 들고, 맑은 시냇물을 굽어보니
29행-떠오나니 도화(桃花)로다.
떠내려 오는 것이 복숭아꽃이로구나.
30행-무릉(武陵)이 갓갑도다, 져 메이 긘 거인고.
무릉도원이 가깝구나, 저 들이 무릉도원인가 ?
31행-송간(松間) 세로(細路)에 두견화를 부치 들고,
소나무 숲 사이로 난 오솔길에서 진달래꽃을 붙들고
32행-봉두(峰頭)에 급피 올나 구름 소긔 안자 보니,
산봉우리 위에 급히 올라 구름 속에 앉아보니
33행-천촌만락(千村萬落)이 곳곳이 버려 잇네.
수많은 촌락이 여기저기 널려 있네.
34행-연하일휘(煙霞日輝)는 금수(錦繡)를 재폇는 듯,
안개와 노을과 빛나는 햇살은 수 놓은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하구나
35행-엊그제 검은 들이 봄빗도 유여할샤.
엊그제까지 거뭇거뭇하던 들판에 봄빛이 넘쳐 흐르는구나.
36행-공명(功名)도 날 끠우고, 부귀(富貴)도 날 끠우니,
명예와 부귀도 나를 꺼리니
37행-청풍명월(淸風明月) 외예 엇던 벗이 잇사올고.
맑은 바람과 밝은 달 외에 그 어떤 벗이 있겠는가
38행-단표누항(簞瓢陋巷)에 흣튼 혜음 아니하네.
누추한 곳에서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헛된 생각을 아니 하네.
39행-아모타, 백년행락(百年行樂)이 이만한들 엇지하리.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일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가?

아무튼 한평생 즐겁게 지내는 일이 이만하면 족하지 않겠는가라는 정극인 선생의 말씀이 정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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