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동안 쿠팡이츠 배달파트너로 일해봤더니

코로나19 방역 수칙 강화로 인해 본의 아니게 일을 잠깐 쉬게 되었다. 마냥 놀 수 없어서 알바를 찾다 보니 온통 배달 알바다. 배민과 쿠팡이츠 두 군데를 시도했는데 상대적으로 진입이 쉬운 쿠팡이츠를 먼저 하게 되었다.

한 번에 한 고객에게만 주문이 배정되는 쿠팡이츠 배달파트너를 20일 동안 하면서 느낀 바를 가감없이 기록한다.

고객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음식을 주문한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 빌라에 사는 사람, 한적한 시골 동네에서도 주문한다. 그리고 회사에서도 주문하고 상가에서도 주문한다. 심지어 모텔에서도 투숙객이 음식을 시킨다. 그들도 먹고 살아야 한다. 예전에는 나와서 먹던 사람들이 배달 주문을 한다. 이 모든 것이 다 코로나19 때문이다.

배달은 하다 보면 기분 좋은 고객을 만나기도 하고 다시는 만나기 싫은 고객도 생긴다. 어느 상가 윗층 가정집 주문 고객은 음식을 받으며 수고한다며 박카스를 건네 주셨는데 정말 힘이 났다. 이런 사소한 것에도 감동받은 것이 사람이다. 어느 날인가는 한 약국에서 햄버거류를 주문해서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조제실 안으로 갖다 달라는 거다. '아니, 코로나19로 나가지 않고 배달을 시키면서 외부인인 배달원에게 조제실이 어딘지 보이지도 않는 그런 좁은 통로 안으로 들어가서 음식을 갖다 놓으라구요?'를 마음에 담아 한마디로 '네?' 하니까 그제서야 그 약사도 '아녜요, 그냥 거기 놓고 가세요'라는 거다. 나오면서 참 어이없다고 느꼈다. 모든 약사들이 다 그렇지는 않을 테지만.

음식

다양한 사람들이 정말 다양한 음식을 주문한다. 짜장면은 물론이고 떡볶이, 빵, 과자, 음료수, 아이스크림, 햄버거, 피자 등등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건 다 시키는 것 같다. 점심엔 주로 식사를 주문하고 저녁엔 술안주를 주로 주문한다. 그리고 새롭게 안 사실인데 길거리 1층의 음식점만 있는 게 아니다. 상가 한 층에 파티션을 치고 수많은 음식점들이 음식만 조리하는 곳이 있다. 가 보면 나 같은 배달 라이더들이 매장 앞에서 음식이 조리되기만 기다리고 있다. 모두 상호가 있고 주방기기 일체를 세팅해 놓고 배달 전문 음식을 준비하는데 여기 저기서 주문 알림이 울린다. 정말 코로나19가 세상을 바꾸긴 하나보다.

배달파트너

대체로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전업 배달 라이더가 대부분인데 나처럼 자동차를 끌고 오는 젋은 여자도 만나고 아우디를 몰고 다니며 음식을 픽업하는 중년의 남자도 만났다. 나처럼 코로나19로 갑자기 사정이 생겨 임시로 하는 터일게다. 어느 날은 엘리베이터에서 다른 라이더를 만났는데 내가 음식을 문앞에 놓고 전화를 하려고 하니까 '전화하지 마세요, 시간만 많이 걸려요,라며 그냥 문 두드리고 내려가도 된다는 거다. 정말 그 전까지는 고객에게 전화하면 전화를 안받아 문앞에서 한참 기다린 경우가 많았는데 바보같은 짓이었다.

장점

누구 지시를 받지 않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좋다. 점심 피크 시간대에 2시간만 해도 되고 하루 종일 시간을 내어 해도 된다. 물론 하루 종일 콜이 오지는 않는다. 배달 하다가 급한 일이 생기면 앱을 오프라인으로 하고 볼일을 볼 수도 있다. 물론 콜 수행중이면 그 콜은 완수를 해야 한다. 일을 한만큼 돈을 번다.

단점

오토바이로 하면 좋으나 오토바이가 없어 자동차로 했는데 주정차위반 문자를 몇통이나 받았다. 물론 딱지까지 떼이진 않았지만 주차공간이 협소하거나 아예 주정차금지구역에 있는 음식점은 주차를 위해 빙빙 돌아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어느 날은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댈 곳이 없어 몇바퀴를 돌다가 안되겠다 싶어 장애인주차구역에 잠깐 주차하고 음식을 배달하고 내려왔다. 단지 밖을 나가는데 차단기에 '장애인주차위반차량'이라고 표시되는 거다. 뜨끔 하고 놀랐지만 아직까지 딱지는 날라오지 않고 있다. 벌급 10만원인데, 한번만 봐주세요~
가끔 배달하는 차량은 화물차량 전용 입구로 들어오라고 해서 빙 돌아서 아파트에 들어간 경우도 있고 본인 확인을 하느라 시간이 좀 걸린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것은 좀 불편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분들이 갑질 아파트단지에서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참고할만 한 것들

쿠팡이츠 배달파트너를 처음 하는 분들에게 몇가지 참고할만한 것들을 정리한다.

첫째, 평점 관리를 잘 해야 한다.

평점은 고객이 평가한 배달 평점과 수락률, 배달 완료율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데 평점이 낮으면 업무가 위탁(콜 배정)되지 않을수도 있고 불량 콜(느낌상)이 배정될 수도 있다. 피크 시간대(11시15분~12시15분)에는 콜 수행 완료하자 마자 다른 콜이 들어오지만 그렇지 않은 시간대는 평점이 높은 배달 파트너에게 콜을 우선으로 주는 것 같다.

둘째, 시작 지점이 중요하다.

인접지역인데 콜당 수수료가 다른 지역이 있다. 배달 라이더들이 적은 지역이 콜 수수료가 높게 책정되는데 수시로 지역별 주문 현황을 참조해서 콜 수수료가 비싼 지역에서 첫콜을 수행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하다 보니까 시작 지점에 따라 멀리 가지 않고 결국 시작점 근처로 오게 되는 느낌이다.

셋째, 폭설 이벤트는 끝났다.

지난 1월 초 갑작스런 폭설로 모든 배달 라이더들이 긴장한 가운데 갑자기 콜 비용이 15,000원 이상이었던 적이 있었다. 음식점거리, 고객거리 할증이 붙어 20,000원 넘는 콜도 있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라이더의 안전을 위해 폭설이 내리면 콜이 전면적으로 중단된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했다.

넷째, 수입(괄호는 실제 입금액)

쿠팡에서 배달비를 어느 정도 지원해 주는 것 같다. 배달파트너는 고객이 내는 배달비보다 더 많이 받는다. 자동차로 해보니까 음식점에서 음식을 픽업하고 고객에게 배달하는데 1시간에 평균 3건 정도 처리했다. 기동성이 훨씬 좋은 오토바이로 하면 더 많은 콜을 수행할 수 있을 것 같다.
  • 1/2~1/7 : 12건 52,300원(69,630원), 건당 평균 4,360원
  • 1/8~1/14 : 49건 320,000원(324,440원), 건당 평균 6,530원
  • 1/15~1/21 : 72건 358,000원(344,660원), 건당 평균 4,970원

다섯째, 안전

콜배정 알림이 울리면 나도 모르게 긴장하게 된다. 짜장면과 같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음식이 변질되는 유형의 음식이 그런 경우인데 음식점까지 거리가 멀면 마음이 급해진다. 마음이 급해지면 운전이 난폭해지고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아무리 마음이 급하더라도 안전운전이 제일이다.
실제로 배달 중에 음식 배달 오토바이와 승용차의 접촉사고를 목격했다. 길바닥에 널부러진 음식 포장지를 주워 담던 라이더를 보고 지나쳐야 해서 내내 안쓰러웠다. 라이더는 많이 다치지 않았나, 저 콜은 어떻게 되는 건가?하고. 배달파트너로 일하게 되면 정말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셋째도 안전이다.

실제 음식 배달중 촬영한 사진, 차량 정체일 때마다 오토바이가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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