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주먹이 운다(2005) Crying Fist
류승완 감독, 최민식, 류승범 주연의 '주먹이 운다'를 봤다. 재밌다. 제목만 보고 코미디인줄 알고 봤는데 복싱을 주제로 한 휴먼드라마로 다소 신파적이긴 하지만 눈시울이 적셔지는 엔딩이 맘에 든다. 물론 오달수 씬은 좀 웃기긴 하다. 주연, 조연들이 다들 잘 연기했는데 특히 류승범의 매서운 눈빛 연기는 "진짜 저게 연기 맞아?"란 생각이 들 정도로 소름끼쳤다.
최민식, 류승범 둘 다 요즘 말로 루저다. 최민식은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딸 정도로 한 때 잘나가던 복서였지만 지금은 빚쟁이에게 쫓기고 새로운 남자가 생긴 아내로부터 이혼을 요구받는 처절한 신세다. 길거리에서 매맞으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홈리스와 다를 바 없다. 한편 류승범은 삥이나 뜯고 패싸움이나 하고 다니다가 어느 날 일수꾼의 가방을 훔치려다 체포되어 철창 신세를 지게 된다. 감옥에서도 그 성질 더러운 주먹질은 멈추지 않는데 그의 주먹을 유심히 지켜본 교도 주임으로부터 복싱부 가입을 권유받는다.
이 영화가 재미있는 이유는 두 주인공 모두 밑바닥 인생으로 묘사되지만 이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거다. 남들이 뭐라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고자 하는 것(권투)을 한다. 맞든, 패든.
'당신의 욕망은 당신의 것인가, 타자의 것인가'
자크 라캉은 누구나 욕망에 의해 움직이지만 그 욕망 만큼은 자신의 것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당신은 누구의 욕망에 의해 움직이고 있나. 이 영화가 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만신창이가 되어 경기에 비록 졌지만 아들을 부둥켜 안고 이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는 최민식의 얼굴이 아직도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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