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는 '선생님' 소리를 듣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적어도 매년 읽어야 한다. 매년 읽고 생각하고 토론해야 한다.









2009년 처음 이 책을 읽고 나서 고다니 선생님처럼 온몸을 던져, 가슴으로 소외되고 외로운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을까? 한동안 머리를 못감아 머릿니가 뚝뚝 떨어지는 아이도 양팔 벌려 기꺼이 안아 줄 수 있을까 하고 자신에게 물음을 던졌다.

됐는지 안됐는지는 네가 결정해. 네 그림이잖아


아다치 선생님이 미술 시간에 그림을 그리다 말고 이 정도면 됐냐고 묻는 아이에게 해준 답변이다. 나는 과연 얼마나 아이들의 자기 결정권을 존중해 주고 있는가 하고 반성하게 되는 대목이다.
지금 맡고 있는 반에 언어 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아이가 있다.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이 있지는 않지만 글을 쓰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는다. 특히 일기를 쓸 때는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전부 자기가 한 일에 관해서만 쓴다. 어떻게 하면 이 아이의 생각이나 느낌을 적게 할까 평소 고민이 많았다. 어쩌면 그러한 일기를 매일 쓰는 것 자체도 사실 매우 고마울 정도다. <선생님이 좋아요>에 나오는 아다치 선생님께서 연구 수업 때 사용한 방법을 써먹었다. 좋은 글과 나쁜 글의 차이를 아주 알기 쉽게 풀어 설명한 것이 그것이다. 한 것, 본 것, 느낀 것, 생각한 것, 말한 것, 들은 것, 기타 중 한 것은 나쁜 녀석이고 다른 것들은 좋은 녀석이라는 것. 책에 나온 예시 글 두개를 비교하며 알기 쉽게 설명하고 오늘 일기부터 좋은 녀석들을 좀 끼워 넣어 볼까? 했더니 바로 그날 일기에 느낀 점을 무려 두 개나 써 넣은 것이 아닌가. 평소 하던 칭찬의 100배를 해주고 내일 일기가 무척 기다려진다고 말하니 녀석이 싱글벙글이다. 이 책에서는 아다치 선생님은 조연 격인데 고나니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내가 배울 점이 아주 많은 선생님이다. 덕분에 요즈음 그 녀석 일기 읽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5월부터 있을 가정방문을 앞두고 수업이 끝나고 반드시 아이들 집과 데쓰조 집에 들렀다 가는 것은 필요가 아니라 재밌다고 하는 고다니 선생님을 보고 난 왜 아이들 가정방문을 일로 생각하고 있는지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고다니 선생님이라든가 아다치 선생님과 같은 선생님들한테 배우는 것만이 아니다. 아이들한테도 배울 점이 참 많다.

어떻게 내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디 가르쳐 드릴까요? 난 미나코가 공책을 찢어도 화 안 내요. 필통이랑 지우개를 빼앗아도 화 안 내고 기차놀이를 하고 놀았어요. 화 안내니까 미나코가 좋아졌어요. 미나코가 좋아지니까 귀찮게 해도 귀엽기만 해요.


준이치가 미나코 당번을 만들자며 고다니 선생님께 한 말이다. 미나코는 특수학교를 가기 전에 한 두달 고다니 선생님이 맡게 된 녀석이다. 많은 학부모가 반대하는 걸 무릅쓰고 보살피며 난관을 헤치고 나가는 모습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면 안될 것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나뿐만 아냐, 우리는 모두 남의 목숨을 먹고 살고 있단다. 전쟁에 반대하다 죽은 사람들 목숨을 말이야. 아무렇지 읺게 그것을 먹고 있는 사람도 있고 괴로워하면서 먹고 있는 사람도 있어


세월호가 침몰하고 그 안에 갇혀 있던 수많은 학생들이 목숨을 잃었다. 무어라 할말을 잃게 만드는 있어서는 안될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침몰한 건 배 한척이지만 대한민국 자체가 침몰한 것처럼 전 국민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선생님, 저는 이제 선생님 말씀, 어른들 말씀 안들을래요. 거기 배 안에 있던 아이들, 어른들 말씀 잘 들었던 애들은 다 죽고, 말안듣고 객실에서 빠져 나온 애들만 살았잖아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에게 뭐라 대답을 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아니,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난 이 순수하고 맑은 영혼의 아이들에게 어떤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댓글

이 블로그의 인기 게시물

저는 화성을 매일 출근합니다

HP 멀티미디어 스피커 HDE-6002 구매

보고 있니? 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