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나이에 그거 따서 뭐하시려구요?


수상인명구조원? 그거 따실 수 있겠어요? 그리고 그 나이에 그거 따서 뭐하시려구요?



 

최근 들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몇주 내내 주말을 "그냥 뭐 하러 다닌다"는 아리송한 내 근황이 궁금한 이들에게 수상인명구조원 강습 받으러 다닌다니까 다들 그렇게 반신반의하며 묻는다.

 

그렇다, 두 달 후면 마흔인 내 나이에 이거 따서 할 수 있는 건 없다. 혹시 모른다. 같이 강습받는 동갑내기 조응천씨가 운영중인 리조트 여름 씨즌에 같이 강습받은 동기라는 이유로 나이 불문하고 단기 알바로 써줄지도. 물론 자격을 취득해야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작년에 지금처럼 찬바람 불고 첫눈이 올 때 차가운 물에서 강습을 받았었다. 물론 떨어졌다. 그 땐 입영도 못하고 중량물 운반도 못하고 저체온증으로 항상 몸을 덜덜 떨면서 쥐가 나기 일쑤였다. 만약 그랬던 내가 자격증을 취득했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했을 것이다.

 

작년에 그렇게 형편없었던 내가 올해 다시 한번 도전하는 건, 1년 내내 연습한 입영이 아까워서다. 틈틈히 수영장 가서 입영만 연습했다. 중량물 운반도 하고 싶었는데 일반 수영장에서는 바벨을 들고 들어갈 수도 없고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서 연습을 못했다.

 

엊그제, 걱정하던 중량물 운반을 시작했다. 물론 실패했다. 오는 도중 두번이나 중량물을 떨어뜨렸다.

 

수면 다이빙 후 수중의 중량물을 잡으니 너무 무겁다. 대체 이게 움직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중량물을 들고 온힘을 다 써서 물위에 나오니 벌써 힘이 다 빠져버린다. 10미터 정도 끌고 오니 온몸에 힘이 다 빠지면서 물을 계속 먹는다. 앞으로 나가고 싶지만 계속 제자리다. 숨쉬기도 힘들다. 결국 중량물을 놓친다. 익수자를 놓아버린 것이다. 내가 살기 위해.





 

영화 가디언을 보면 죽기 전까지 죽은 것이 아니라는 케빈 코스트너의 유명한 대사가 나온다. 나는 과연 죽기 전까지 중량물을 끌어내려고 얼마나 발버둥을 쳤는지 부끄럽다. 어느 강사님의 말씀처럼 정 안되면 구조배영으로라도 나왔어야 했다.

 

체력이 약하면 처음부터 도전하지 말것이지 이게 왠 고생이란 말이냐. 이번에는 추위 타지 말라고 틈틈히 꿀물을 타주는 아내, 주말을 기꺼이 양보한 두 아들, 그리고 내가 이거 준비하는 것을 아는 모든 사람에게 정말 부끄럽다. 중량물을 붙잡으면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려고 물위에서 마음을 다잡아 보지만 물속에만 들어가면 머리속이 새햐얗다.

 

다음주가 걱정이다. 중량물이 두렵다. 또 중량물을 놓치지 않을까, 내가 살려고 익수자를 또 놓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에 말이다.

 

자기가 너무 느려 미안하다고 항상 머리를 조아리는 희봉씨, 잘하지 못해 걱정이라는 은주씨에게 오히려 격려까지 한 내가 중간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무척 창피하긴 하지만 혹시 중간에서 포기해 버릴까보다 하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다면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사실,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하되 그 결과에 연연하지 말자. 수상인명구조원 자격증? 까짓꺼 따도 그만 따지 못해도 그만이다. 하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 나는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포기해버릴까 하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번씩 들지만 이왕 시작한거 결과에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을 다잡는다. 이제 얼마 안남았다.

 

나 뿐만 아니라 동기생 모두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댓글

  1. 화이팅! 할수있어요. 음... 작년처럼 마니 도와주지 못해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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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요즘, 월드컵수영장에서 주말반 강습을 받기 때문에 라이프가드 강습하는 것을 몇번 봤네요. 그곳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정일님 모습도 보고, 작년엔 나도 그렇게 했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더군요.중량물이 제일 문제인것 같은데..제 경험상,머리를 들지말고(수평유지) 거의 물속으로 넣은상태에서 ,겨드랑이 사이에 중량물을 진짜 꽉 잡고, 가위차기하다가 힘이 빠지면 평형발차기..이렇게하면 그래도 좀 나아지던데요.(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참고만 하세요.)물이 많이 차갑던데,감기조심하시고 이번엔 꼭 따시길 바랍니다.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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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소.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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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며칠 전에 수영장에서 뵈었을때 정말 반가웠습니다.일년 뒤라고 별반 달라진 것도 없어요. 입명만 조금 늘었을 뿐.
    황경선님 말씀을 잘 새겨듣고 이번 주말에는 꼭 중량물 운반을 성공하도록 하겠습니다. 도움말씀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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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전 수영부터 배워야할텐데 그래도 이렇게 노력하시는 모습이 아름답고 부럽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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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그렇게 봐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자격 취득과 상관없이 강습과정은 힘들지만 수상인명구조기술을 배워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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