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속의 좋은 녀석과 나쁜 녀석

"글 속에는 좋은 녀석과 나쁜 녀석이 같이 살고 있다. 거기에서 나쁜 녀석을 찾아 쫓아내 버리면 당장에 좋은 글이 된다. 어때, 간단하지?"
그러고는 아다치 선생님은 인쇄물을 한 장씩 돌렸다.
"겐지, 첫 번째 글을 읽어 봐."
"아침 7시에 일어났습니다. 날마다 운동회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갔습니다. 아버지가 8시 30분에 돌아오셨습니다. 텔레비전을 보고 잤습니다."
겐지가 글을 다 읽자 모두 웃었다. 아닌 게 아니라 어린 마음에도 형편없는 글이라고 생각되었던 모양이다.
"다음 글은 아키라가 읽어 봐."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다가 공사장에서 불도저가 움직이는 것을 구경했습니다. 불도저에 치이면 호떡처럼 납작해지겠지,하고 생각했습니다. 불도저가 멈추었을 때 발을 도로에 대어 보니 뜨거웠습니다. 나는 왜 뜨거울까 생각했습니다. 전깃줄도 달려 있지 않은데, 참 이상했습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좋은 녀석과 나쁜 녀석을 가르쳐 줄 테니, 귀를 후비고 잘 들어라."

아다치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고 칠판에 다음과 같이 썼다.

  • 한 것
  • 본 것
  • 느낀 것
  • 생각한 것
  • 말한 것
  • 들은 것
  • 기타

그리고 '한 것' 위에 X표시를 하고 나머지에는 모두 O표시를 했다.
"선생님, '한 것'은 나쁜 녀석이에요?"
한 아이가 성급하게 물었다.
"오냐."하고 아다치 선생님이 느긋하게 말했다.
"그럼 아까 너희들이 웃었던 글을 살펴보기로 하자. '아침 7시에 일어났습니다.' 이것은 한 것이냐, 본 것이냐, 생각한 것이냐, 어느 쪽이야?"
"한 것이요."
아이들이 입을 모아 대답했다.
"그러니까 이건 나쁜 녀석이군. X표를 하자."
아이들은 따라서 X표를 했다.
"다음, '매일 운동회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는 어떤 거냐?"
"한 것이니까, 나쁜 녀석이오."
"그럼, 이것도  X."
"시장에 갔습니다...."
"나쁜 녀석이오, 나쁜 녀석."
아다치 선생님이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아이들이 떠들어 댔다.
결국 모두 X표가 붙었다. 아이들이 '히야-'하고, 이상한 소리를 질렀다.
"아까 나쁜 녀석을 쫓아내면 좋은 글이 된다고 했잖아요. 근데 나쁜 녀석을 다 쫓아내니까 아무것도 남지 않잖아요?"
"그래 맞다. 이런 글은 다 지워져 버리니까, 이 따위 글을 쓰느니 집에서 낮잠이나 자는 게 낫다. 이런 말씀이야."
아이들이 깔깔깔 웃었다.
다음 글에는 모두 O표가 붙었다. 가즈오라는 아이가 쓴 글이었기 때문에, 아다치 선생님네 반의 가즈오는 휴우, 하고 안심하는 얼굴을 했다. 나쁜 글이 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아주 중요한 말을 덧붙이겠는데, 이 세상에는 좋은 녀석도 있고 나쁜 녀석도 있다. 나쁜 녀석이 있기 때문에 좋은 녀석이 돋보이는 거다. 글도 마찬가지로, 좋은 녀석만으로는 맛이 나지 않는다. 중간중간에 나쁜 녀석을 싹싹 끼워 넣으면 맛있는 글이 된다."
아다치 선생님은 재치있게 말을 이어 간다. '한 것'을 모두 생략해 버리면 글이 성립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 점을 미리 아이들에게 일러두고 있는 것이다.




하이타니 겐지로의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p116~119



저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지도와 관련한 것 중에 이만한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고맙습니다. 깡패 교사 아다치 선생님, 존경합니다. 하니타니 겐지로.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 10점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윤정주 그림/양철북



댓글

  1. 좋은 글들 읽고 갑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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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찾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jiny님도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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