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먼 자들의 도시 '라는 책은 정말 희한하게도 단락을 무시하고 겹따옴표나 따옴표, 심지어 물음표나 느낌표를 전혀 안썼는데도 읽는데 아무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그런 의미에서 보면 다른 책보다도 더 두꺼워야 하겠죠. 한 페이지를 읽으려면 다른 책 두페이지 정도 읽어야 하는 시간이 걸리더군요. 의미심장한 결말이 채 기억에 사라지기 전에 개봉한 영화는 이 책을 어떻게 그리고 있나 궁금해서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를 보았습니다만 젠장, 괜히 보았단 생각이 드네요. 영화가 원작을 어디까지 망칠 수 있나 보여주려고 일부러 만든 것 같습니다. 원작을 먼저 읽고 봐서 그런지 정신병원에서 수용당하던 순간의 끔찍했던 심리묘사도 전달이 안되고 죽음과 교차되던 살벌한 순간도 그냥 생략되고, 대형 수퍼에서 발견된 생지옥과 같은 아수라장도 건너 뛰고 대체 이 영화는 원작에서 무엇을 말하는지 제대로 살리지 못하더군요. 정말 책읽는 것이 끔찍히 싫어하시는 분들이 영화로 본시겠다면 뭐라 하지 못하겠지만 정말, 정말로 눈이 멀어 '눈먼 자들의 도시'를 경험하고 싶다면 영화 대신 책을 보시기를 권합니다. 눈먼 자들의 도시 -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해냄